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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듣고 있어 신세계?"
"……어?"
세계가 들고 있던 샤프를 툭 떨어트렸다. 책상을 횡단해 데굴데굴 굴러가던 샤프가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자아가 손으로 잡아 다시 원위치 시켰다. 멍하니 자아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던(자아는 물론 모르는 사실이겠지만)세계의 귀에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될 리 없었다. 자아는 어이없다는 듯 눈썹을 조금 찌푸렸다.
"대회. 방과후까지 늦게 레슨. 이거면 알아듣겠지?"
아. 세계는 교실 벽에 있는 달력을 힐끔 쳐다봤다. 하나 둘. 벌써 그럴 때인가. 방과 후 저녁, 밤까지라도 기다릴 수 있었지만 세계는 말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와, 데자아 진짜 엄청나다니까. 이번에도 상 쓸어오고 그러는거 아냐? 가볍게 건네지는 말들에 자아도 이내 피식 웃고는 적당히 맞장구 쳐줬다.
"귀한 손이라니까. 모셔둬야 하는거 아닌지 몰라."
"과찬의 말씀을."
자아가 장갑에 조금 닿은 세계의 손가락을 부드럽게 치워냈다. 닿아 있을 때는 솥끝이 저릿저릿했는데 밀쳐질 때는 심장이 꽤 따끔거렸다. 싫다거나 해서 밀어내는 것도 의미가 있는 행동도 아니었을 테지만 세계에게는 그랬다. 단순히 먼저 만지는 행위에도 차마 조심스러운 사람. 석양에 반사되는 밝은 색의 머리카락이 꿈결같았다. 눈 앞에 있는 너도 비현실같은데.
"그리고 아까 말했지만…못 들은 것 같네. 레슨은 오늘 부터야 신세계."
"아-응…."
세계의 표정이 찰나 어두워졌다. 정말 찰나였지만 자아는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어설프게 손을 뻗어 세계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쓰다듬었다고도 할 수 없는 잠깐의 접촉에 심장이 내려앉았다. 두근 두근 두근. 하여간 혼자 있기 참 싫어하는 신세계. 대회 끝나고 많이 놀아줄게. 달래듯 부드러운 말투와 함께 휘어진 담홍색 눈동자가 빛났다. 아냐. 혼자 있기 싫어하는 게 아냐 자아야. 그냥 너와 동시에 흘려보내는 의미 없는 시간들을 나는 사랑하는 것 뿐이야.
"자꾸 놀아준다 놀아준다 하면 내가 감사해 할 것 같냐!"
"어."
"……감사합니다. 대회 빨리 잘 끝내고 놀아주세요."
부탁하는 시늉을 내며 숙인 고개 밑에 조금 울 것 같은 표정을 감췄다. 나에게 상냥한 너. 평범한 매일매일에서 느껴지는 작다 못해 사소한 남들과의 차별대우. 타인보다 너에게 조금 가까운, 그러나 내가 원하는 거리까지는 절대 접근할 수 없는 너와 나의 비거리. 너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나는 구원받고 절망해.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행동의 조각조각에서 우월감을 느껴. 네가 바라보는 타인과 나는 다르다는 착각에 젖어들곤 해.
"그럼 난 이만 가볼게. 나 없다고 혼자 울거나 하지 말고."
"안 울거든요? 데자아님 착각하지 말아주시죠?"
"어련하시겠어. 신세계님. 대회 끝나고…아니. 대회장에서도 보겠네. 그때 다시 놀아."
드르륵, 의자를 밀고 뒤돌아서 나간 자아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세계가 책상에 푹 엎드렸다. 오늘은 계속 맑았지. 내일은 아마 비가 오려나봐, 벌써 하늘이 흐려지네. 학교 올 때 우산 챙겨야겠다.
거짓말 해서 미안해. 나는 울지 않을 자신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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