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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까 이 상황은.
자아는 길지 않은-이라고 해도 삼백년은 족히 되겠지만-생애동안 이렇게 크게 당황한 적은 없었다. 피, 마법진, 그리고 이렇게 소환된 마왕 자신. 과정도 결과도 명백했는데. 단 하나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 하나 있었다. 눈 앞에 쓰러져있는 시체.
"아으윽…"
정정하자. 시체처럼 누워있는 인간이였다. 자신을 소환할 정도라면 당연히 어딘가의 대마법사이거나, 인외쯤 될 것 이라고 생각했는데, 왠걸 정말로 평범 그 자체인 소년이 한구-아니 한명 쓰러져 있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빛 한조각 들지 않을 것 같은 검은 머리칼 정도. 그야 마족 소환진에 생피가 필요하긴 하지만.
"이렇게 본인이 피를 흘릴 필요는 없을 텐데."
본인의 피로 얼룩져 반쯤 갈색인 셔츠를 입고 쓰러져있는 인간은, 솔직히 지금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창백한 안색을 하고 있었다. 시체라고 오인한 이유도 반쯤은 그곳에 있었고. 자아는 발을 들어 한 차례 굴렀다. 그러나 소년은 쓰러져 미동도 하지 않고 얕은 신음소리만 흘릴 뿐이였다.
"불렀으면, 계약을 하던 소원을 빌던 해야 할거 아냐!"
마왕의 좌를 넘겨받은지 얼마 되지 않은-그러니까 자아에게는 이것이 첫 소환이였다-초짜 마왕에게 뾰족한 대책이 있을 리 없었다. 자아는 장갑을 낀 손을 들어 소년의 뺨을 치려다 셔츠보다 더 심하게 피로 얼룩진 뺨을 보고 멈칫, 손을 거뒀다. 그러니까 동정심이 아니라….
"더러워"
자아는 어쩔 수 없이 구둣발로 소년의 배를 살살(자아 나름대로는) 걷어찼다. 퍽, 데구르르. 어?
"아 뭐 이렇게 약해!"
약한-어디까지나 자아의 기준이다-발길질 한번에 나가떨어진 인간은 이제 미약한 신음소리도 흘리지 않았다. 맙소사, 죽은 거 아냐? 자아는 첫 소환때 소환자를 죽인 머저리 마왕으로 기록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역소환이 이뤄지지 않은 걸 보니 죽지는 않은 것 같은데. 자아는 조심스레 소년에게 다가가 발끝으로 뺨을 건드려보았다. 사실 소환이고 뭐고 자신을 이렇게 귀찮게 한 소년을 두고 떠나고 싶었지만…단순한 호기심이 자아를 붙들었다. 그것은 소원도, 간절히 소환한 소년의 마음도 아니였다.
"눈동자 색도 밤하늘처럼 까만 색일까?"
아마도 그것은 단순하고도, 서로의 생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줄 작은 호기심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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