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시, 플라네스 럼은 대학가 카페의 창가자리에 앉아 아이스 캐모마일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사건의 경위부터 말하자면. 3분 전까지만 해도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자애 왈, 플라네스가 그녀를 ‘가지고 놀았다’는 것이다. 플라네스는 온라 인 게임이라면 조금 해본 적이 있지만 맹세코 사람을 가지고 놀아본 적은 없다. 물론 차후에도 그럴 계획은 없었고. 플라네스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가를 생각했다. 차를 뒤집어쓴 직후 3분. 이후 카페 직원이 플라네스의 뒤편에서 기웃 거리는 기척에도 개의치 않고 또 5분. 긴 머리에 척척하게 붙어있는 캐모마일을 냅킨으로 닦아내는 데에 3분. 플라네 스는 도합 11분간 더 앉아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플라네스는 ‘가지고 놀았다’는 말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보고 싶었으나, 진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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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안되겠죠. 플렌은 푸르른 눈을 떴다. 그 움직임에 레이넬 뮤나스-그의 담당 궁정의이다-는 놀란듯 마주 눈을 크게 떴다. 조그만 인간은 자신의 혼잣말이 용을 깨울 줄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용은 대부분 매일매일 자고 있었다. 그러기에 흔한 일이 아녔다. -죄송해요. 조용히 있을테니까. 플렌은 그의 말에 뭐라 말하려다가 말았다. 용언을 알아듣는 자가 아니라면, 용의 말은 대부분 현대의 인간들에겐 전해지지 않는다. 예전에는 두 종족 간에 좀 더 대화가 쉽곤 했다. 하지만 용의 개체가 줄어든 지금은 아니었다. 플렌이 이 왕국의 수호룡이 되고나선 그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았다. 적어도, 용의 모습으론. 그러기에 그는 마저 자는 척을 하기로 했다. 그가 눈을 감고 있는건 사실 자는게 아녔다. 그저 의식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