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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공주를 찾고있어. 검은 머리의."
이 도련님은 또 어울리지 않게 툭 낭만적인 소리를 했다. 예에. 떨떠름하게 대답하는 세계를 보던 자아가 재차 이야기했다. 진짜 인어는 나도 안믿어. 그만큼 환상같았다는 뜻이지.
"뭐…그래서. 첫사랑이라도 됩니까?"
말을 꺼내놓고도 앞의 도련님과는 참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자아는 홍차를 들어 홀짝거리고는 카드를 한장 내려놓았다. 체스에 이어 원카드라니. 어련히 게임을 좋아하나. 정작 세계는 자아가 게임에 큰 관심이 없는 것은 몰랐다. 일부러 져주거나 하지도 않았지만(자아 나름의 세계를 위한 예우였다) 아무튼 게임은 계속되었다.
"글쎄. 어릴 적의 일이라 그건 잘 모르겠는걸. 단지, 생명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라."
하지만 만난 이후로 가끔 생각나곤 했어. 그랬던 사람은 처음이였고….
어릴 적 생명을 구해준 아가씨와 그걸 기억하는 도련님이라. 꽤나 통속소석 작가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였다. 팔리겠는걸 하고 무심하게 생각하던 세계는 가슴이 조금 따끔거렸다. 언감생심. 신세계.
"길거리 인맥이라도 풀어 찾아줄까요?"
사실 찾기에 단서가 너무 없긴 했지만 자아가 바란다면 세계는 시도라도 해보고 싶었다. 검은 머리 외에 단서는 없어요? 뭐 어느 가문의 여식이라던가…아 그럼 못찾았을리가 없구나. 세계는 스페이드 에이스를 내려놓았다. 먹어요 카드 다섯장.
"찾을 수 없을 것 같은데."
"희박하긴 하죠. 완전하게 검은 머리가 흔한 것도 아니지만."
세계가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만지작댔다. 부럽다 귀족 아가씨. 물론 귀족 아가씨였다면 이렇게 만나서 시덥잖은 카드질을 하고 있지도 못했겠지만. 인어공주라고 자아는 명명했지만 아마 정말 찾게 되는 날이 온다면 물거품이 되는 것은 자신일 터였다. 어떻게 생긴 공주님일까. 어렸을 때라면 지금은 훌륭한 아가씨가 되어 있겠지. 세계는 머릿속으로 아는 귀족들의 얼굴을 차곡차곡 정리했다.
"많이 작았는데 말이지. 생각해보면 동갑내기였을지도"
"동갑내기. 흠. 아, 세장 받아가세요."
카드를 손에 건네주던 세계와 자아의 손이 찰나 맞닿았다. 눈앞에서 세계의 속눈썹이 깜빡거리는게 보였다. 자아는 '그랬던 사람' 이 두번째라고는 구태여 말하지 않았다. 과거에 아련하게 흘러가버린 무엇인지 모를 감정보다는, 글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말들을 홍차와 함께 넘겨버리며 자아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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