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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kk) 하늘

EKKSEIN 2018. 9. 26. 23:35

방금 하늘의 색깔들이 당신 같았어, 라고 썼다가 레이넬은 지워버렸다. 언제나 메세지를 남기는건 조심스러워진다. 돔이 무너진 후의 하늘은 언제나 다채로웠다. 매일 비슷한 풍경이 보이던 돔의 가상하늘과는 달리-진짜의 하늘이 그렇게나 색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것을 레이넬은 생전 처음 알았다. 손님이 없고 날이 괜찮은 때라면 나가서 하늘을 구경했다.


오늘은 저녁쯤에 문득 밖을 바라보니 서서히 해가 지는 시간이었다. 기지개를 펴며 나가보니 노을빛이, 오늘따라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났다. 아직 위쪽 하늘은 푸르렀고 아래는 금빛이라 보자마자 그의 생각이 났다. 사진이라도 찍어둘까, 라고 한순간 생각했지만 레이넬은 진료실 앞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내내 그렇게 하늘만 바라보았다. , 그의 머리칼 색과 눈빛 색이었다


보고싶어, 라고 내내 생각했다. 그와 함께 하늘을 보고싶다... 한순간의 하늘을. 그러나 정신차리자 한순간의 오묘한 하늘빛은 사라진 뒤였다. 레이넬은 아쉬운 마음으로 진료실 안에 들어왔다. 그리고 기기를 채로 이렇게, 시간만 지나고 있었다.


째깍.

째깍. 째깍.


 그에게 향한 감정이 언제나 긍정적이며 아름답고 빛나는 것만은 아니란걸 확실히 깨닫고 있지만, 이럴때면 자신도 뭐라 정의하지 못할 그놈의 마음들이 심장속에서 열렬히 존재감을 알렸다. 시커먼색도 아니고, 색도 아니며 어느쪽 색도 아닌 한심한 마음들이 제각기 목소리를 낸다. 그렇지만 어느 감정보다도, 그에게 향한 감정이 제일 컸기에-레이넬은 이것을 부끄럽지만 사랑...호의라고 생각했다-그는 움직일 있었다.


-다음에 같이 하늘을 보자


결국 그게 다였다. 잠시 고민하다가 덧붙인건 그가 꾹꾹 참고 참아 아주 마음이 들때만 보내는 말이었다. 너무 자주 보내면, . 으음...


-보고싶어, 플라네스.


데이트는 내일 모레인데도, 지금은 오직 말을 하고싶었다. 눈을 감고 발송 버튼을 누른 뒤에 눈을 질끈 감았다. 답이 오기까지, 머릿속으로 아까의 아름다운 하늘을 상상해내자.

하지만 결국 떠오른건 그의 얼굴이었기에, 레이넬은 한숨을 쉬며 진료실을 정리하고 침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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