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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하늘의 색깔들이 당신 같았어, 라고 썼다가 레이넬은 지워버렸다. 언제나 메세지를 남기는건 조심스러워진다. 돔이 무너진 후의 하늘은 언제나 다채로웠다. 매일 비슷한 풍경이 보이던 돔의 가상하늘과는 달리-진짜의 하늘이 그렇게나 색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것을 레이넬은 생전 처음 알았다. 손님이 없고 날이 괜찮은 때라면 나가서 하늘을 구경했다.
오늘은 저녁쯤에 문득 창 밖을 바라보니 서서히 해가 지는 시간이었다. 기지개를 펴며 나가보니 노을빛이, 오늘따라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났다. 아직 위쪽 하늘은 푸르렀고 아래는 금빛이라 보자마자 그의 생각이 났다. 사진이라도 찍어둘까, 라고 한순간 생각했지만 레이넬은 진료실 문 앞에서 단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내내 그렇게 하늘만 바라보았다. 딱, 그의 머리칼 색과 눈빛 색이었다.
보고싶어, 라고 내내 생각했다. 그와 함께 이 하늘을 보고싶다...이 한순간의 하늘을. 그러나 정신차리자 그 한순간의 오묘한 하늘빛은 사라진 뒤였다. 레이넬은 아쉬운 마음으로 진료실 안에 들어왔다. 그리고 기기를 든 채로 이렇게, 시간만 지나고 있었다.
째깍.
째깍. 째깍.
그에게 향한 감정이 언제나 긍정적이며 아름답고 빛나는 것만은 아니란걸 확실히 깨닫고 있지만, 이럴때면 자신도 뭐라 정의하지 못할 그놈의 마음들이 심장속에서 열렬히 제 존재감을 알렸다. 시커먼색도 아니고, 흰 색도 아니며 그 어느쪽 색도 아닌 한심한 마음들이 제각기 제 목소리를 낸다. 그렇지만 그 어느 감정보다도, 그에게 향한 감정이 제일 컸기에-레이넬은 이것을 부끄럽지만 사랑...호의라고 생각했다-그는 움직일 수 있었다.
-다음에 같이 하늘을 보자.
결국 그게 다였다. 잠시 더 고민하다가 덧붙인건 그가 꾹꾹 참고 참아 아주 이 마음이 들때만 보내는 말이었다. 너무 자주 보내면, 음. 으음...
-보고싶어, 플라네스.
데이트는 내일 모레인데도, 지금은 오직 그 말을 하고싶었다. 눈을 딱 감고 발송 버튼을 누른 뒤에 눈을 질끈 감았다. 답이 오기까지, 머릿속으로 아까의 그 아름다운 하늘을 상상해내자.
하지만 결국 떠오른건 그의 얼굴이었기에, 레이넬은 한숨을 쉬며 진료실을 정리하고 침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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