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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랠

Ekk)현대 뱀파이어 2

EKKSEIN 2014. 3. 10. 09:39


"야, 입에 좀 묻었어."


자정이 조금 지난 밤의 생태공원. 지나다니는 행인들도 거의 없고, 도시도 전깃빛을 감추며 그저 어둠에 잠겨있을 때지만 이때부터 본격적인 뱀파이어들의 활동이 시작된다. 진혈들은 햇빛 아래에서도 견딜 수 있었지만 그 아래의 중하급 뱀파이어들은 아니다. 재로 변해버리는, 태양을 보지 못하는 어둠의 자식들. 최상급 진혈이었던 데자아도 원래라면 꼭 이때 나올 필요까진 없었겠지만-


"하아..."


쪼그려서 하수구에 자신이 피를 다 빨아먹는 쥐 시체를 던져버리는 그의 모습은, 예전의 그를 알던 존재라면 그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 사건이 일어나고 진혈의 능력을 대부분 잃자 데자아는 사냥 능력또한 현저하게 급감되어 인간 대신 작은 동물들의 피나 빨아먹을 수 밖에 없게 되었으며 -혹은 이미 가공된 고기의 피를 빨아먹거나-따라서 그는 이 상황에 대해 매우 짜증이 나 있는 상태였다. 모기가 이거보다 낫겠네, 라고 투덜거리면서도 살기 위해 무엇이든 먹지 않을 순 없었다. 자아가 세계의 집에서 함께 지내기 시작하자 몸의 침식 속도는 느려졌지만, 그렇다고 나아지지도 않았다.


"이리와봐. 여기 손수건."


세계는 가져온 자전거를 세워두고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자아의 입가에 부벼댔다. 됐어, 집어넣어. 왜 따라와선. 자아는 툴툴대며 그의 손목을 잡아 아래로 쳐냈고 세계는 머쓱하니 웃으며 가로등에 몰려드는 부나방들을 구경했다. 아직도 자아의 입술 오른편에는 쥐의 것일 듯한 핏자국이 묻어있었다. 그러다가 교복에도 묻을텐데. 우리 그런데 숙제는 다 하고 나온거였나?



자아는 세계의 반으로 전학도 한 상태였다.(세계가 그의 이전 교복을 보며 학교는 다녔냐고 물어봤더니 그럴리가, 인간 세계에서 지내기 위한 변장이었어. 라고 자아는 대답했다) 첫날부터 도도하고 매서운 눈빛으로 세계의 옆에 앉아 입을 꾹 다물었지만 짖궂은 반 녀석들때문에 자아는 장난에 걸려들어 몇번이나 당황한 표정을 내비추었다. 얘는 이런게 처음이구나, 세계도 함께 깔깔 웃으면서 함께 동참했다.


물론 자아가 움직일때마다 셔츠 소매 안으로 슬쩍슬쩍 보이는 검은 기운은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아마 본인은 더 불안하겠지...'


나아질 방법을 찾을때까진 함께 있는다고 했다. 같은 집, 같은 반. 처음엔 분명 먹이와 포식자의 관계였는데 어떠다 이렇게 되었는지. 나아질 순 있는걸까. 만약, 그가 원래대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이 세계를 죽이는 것 뿐이라면 자기는 어떤 선택을 할까. 자아는 분명 '그것을' 선택할 것이다. 차가워진 손을 비비며 검은 하늘에 숨결을 내뱉자 나무들이 많은 화단에서 나와 자아가 세계에게 다가왔다.


"... 오래 걸릴거라고 했는데."

"응? 아니. 산책겸 좋잖아."


세계의 말에 눈가를 살짝 찌푸렸다가 자아는 제가 걸치고 나온 갈색 목도리를 풀러 세계의 목에 엉성하니 묶어주고 다시 등을 돌렸다. 엑, 괜찮은데. 목도리를 다시 묶는 세계의 말에 자아는 대답하지 않는다. 세계가 미소지으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자아의 뒤를 따라가자 두개의 발자국 소리와 함께 돌돌돌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가 난다.


"집 가면서 컵라면 사먹을까?"

"난 인간 음식 맛 모른다니까."

"왜~ 저번에 너도 맛있었다면서."

"그건 그냥..."

"어허, 내가 사준다니까? 가자. 야."


종종 이렇게 축 쳐진 분위기를, 세계가 바꿔놓곤 했다. 자아도 결국 피식 웃으며 자전거 뒤에 탄다. 티격태격하면서 집으로 그렇게 돌아가 함께 양치질을 하며 자는...






그런게 당연하다고, 믿었는데.


-탕!


어? 핸들을 잡은 세계가 뒤를 돌아보았다. 자아가 자전거 뒷자석에서부터 떨어져 엎어진채로 아스팔트에서 꿈틀대고 있다. 뭐지? 자전거를 버려두고 자아쪽으로 재빨리 달려가 상태를 확인하고 흔들려고 했다.


"데자아! 정신차려! 자아야!"


자아의 머리를 깔끔히 관통한 총알자국. 세계는 덜컥 겁이 났다. 한적한 길이라고 해도, 도시에서 이게 무슨습격이지. 그제서야 자아가 자신과 다른 세계에서 살아왔다는게 실감이 확 났다. 걱정과는 다르게 자아는 눈을 다시 떴고 금새 일어났다. 표정은 평온해, 오히려 파랗게 질린 세계가 총에 맞은 거 같았다.


"은은 아니었어."


세계쪽을 바라보지 않은 채로 그는 머리에 난 구멍을 헤집어 탄환을 꺼내 손바닥에 내려놓고 눈을 가늘게 떠 살펴보았다. 재빠르게 그는 시선을 돌려 저격 위치를 찾기 시작했고, 허둥지둥대며 다시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마저 돌아가기 위해 자아의 어깨를 잡으려는 세계를 저지했다.


"누군가가 있어. 표적은 나겠지."


진혈이었던 흡혈귀는 미소지었다. 하필 이럴때 만나는게 흡혈귀사냥꾼이라니, 운도 없지. 조무래기라면 좋겠다만. 인간보다 신체능력이 월등히 뛰어난 뱀파이어라고 해도 '괴물 대적'을 위해 전문적으로 육성된 사냥꾼은 종종 그들을 위협했다.


"자아야..."


세계를 돌려보낼지, 혹은 함께 같이 여기서 사냥꾼과 대치할지-어느쪽이든 사냥꾼에게 세계가 노려질 확률은 높았다.-자아는 고민했다. 하지만 곧 어디선가 또다시 총성이 울리자 선택을 할 시간따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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