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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랠

Ekk)해리포터 패러랠 2

EKKSEIN 2014. 3. 10. 09:39


"역시 슬리데린 도련님께선 안 오네."

"원래 걘 파티같은거 별로 안 좋아하던거 같은데."

"에이, 그래도 꼬박꼬박 왔다구. 그동안은."

"이번엔 교수님들이 안 오셔서 그런가?"


높은 천장 연회장 내에 흐르는 밝고 경쾌한 음악들, 마법으로 만들어진 눈꽃 결정의 데코레이션이 주변을 두둥실 떠다닌다. 따뜻한 공기가 내부를 흘러다니고 두런두런 들려오는 말소리. 엄청난 파티 음식들. 호그와트 학생 대부분 자기의 기숙사무리들에 섞여 춤출 상대의 손을 잡고 있었다.


슬리데린쪽을 힐끔힐끔 살피던 세계는 아녔지만.


"세계~야, 나랑 춤출래? 혼자지?"

"춤추면 돈이나오나~학점이 나오나."

"재미없어라~ 진짜 안 출거야? 응? 내가 특별히 말하는데도? 그리고 그 연회복 정말 구리다..."

"너 좀 나댄다? 응?"


깔깔 웃으면서 다가왔던 하루는 짧은 드레스를 잡은채로 방방 뛰며 가 버렸다. 이게 뭐 어때서, 작년에도 입고 왔던건데. 중고긴 하지만 자신이 보기엔 썩 괜찮은 옷이었다. 일년간 키가 커져서 밑단도 내려 수선했고, 좀약 냄새도 안 나게 빨았고. 구두는 굽이 좀 높아서 조금 여성용같았지만 누가 제 구두만 보고 있을까.



어쩌면 상대가 이 자리에 없을걸 알기에, 옷에 그리 신경쓰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엊그제 자아의 방에 갔었던 세계가 마주앉은 그에게 올거지? 라고 물었을때 자아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왜? 파티 좋잖아. 먹을것도 많고. 그러나 데자뷰만 세계를 보고 쉭쉭댈 뿐, 자아는 고개를 숙이고 양피지에 점성술 과제 쓰기를 계속했다.


깃펜을 놀리던 손길이 거칠어져, 잉크자국이 튀어 그 답지 않게 새끼손가락에 묻었던 것까지 기억한다.


-오기 싫은 이유가 있을까. 설마 나 때문은 아니겠지.


사귀기 시작한 이후로 첫 교내 파티다. 말을 들어보니 이전까지는 꼬박 얼굴을 내비췄던거 같은데. 아니, 이건 과대망상인가. 그저 그는 오고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함부로 의심하는건.


'그래도...'


문가에 와인 잔을 들고 멍하니 서 있자 무언가가 발목께에 느껴져, 세계는 깜짝 놀라 넘어질 뻔 했다. 다만 이런 적이 한두번이 아녔기에 그나마 침착할 수 있었다는거였겠지만. 그곳엔 낯익은 뱀 한마리가 자신을 빠안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왜, 자아가 자기 대신 보낸거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여기까진 또 어떻게 온거래. 가끔 세계는 자아가 뱀을 부릴 수 있거나 뱀의 언어를-아주 소수만 할 수 있다고 책에서 봤다-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심치 않았다. 정작 본인에겐 물어보지 않았지만. 아무튼, 이 뱀은 종종 이렇게 홀로 있는 자신을 찾아내곤 했으니까.



자아처럼. 제 주인처럼.


그래도 본인이 와주는게 좋았을텐데 말이지. 세계가 잔을 내려놓는 사이 뱀은 스르르 다시 복도로 기어나갔다. 어쩌지, 하다가 결국 세계는 파티 쿠키를 몇개 싸들어 주머니에 꽉 채워놓고는 조용한 복도를 뱀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째 이상한 나라에 가는 기분이었다. 흰 토끼 대신, 암갈색 뱀이었지만.

그리고 앨리스와 달리 세계는 이 끝에 누가 있을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



"웃는게 싫어서, 오늘은."


자아와 사귀고 난 후의 세계는 자아가 의외로 어느 면에선 보통 애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도, 직설적이지만 악의는 그리 없다는 것도, 의젓해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고집도 세고 떼도 나름 쓸 줄 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만큼 자아도 세계에 대해 알았을 것이리라.


"웃는거?"

"애들 앞에선 웃고있어야하잖아."

"그거, 의식하고 있었던거구나...그런 피곤한 짓을 그동안 왜 해왔어?"

"어릴때부터 그냥 하던거라."


따뜻한 불난로 앞. 고급스러운 테피스트리. 연회장에 있었던 와인 대신 자아와 세계는 자아의 방 안에서 버터맥주를 한잔씩 들고 소파에 앉아 별 거 아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뱀은 다시 자기 자리인 주인의 어깨에 느긋하니 몸을 눕혔고, 쿠키를 달라는듯이 세계에게 졸랐다. 세계는 뱀을 약올리며 쿠키를 먹으려다가 새끼손가락을 살짝 물렸다. 뱀이 웃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야."

"장난치지 말래도."


에베베. 자아와 뱀에게 하나씩 쿠키를 나눠주니 그제야 조용해졌다. 와자작, 와드득. 나랑 파티 가고 싶었어? 응, 뭐. 같이 있음 좋잖아. 넌 안 그래? 그래. 그런데 파티에 가든 여기 있든 뭐가 다른건 아니잖아. 음식...아니다. 여기도 있긴 하지. 흠.


"춤?"

"춤 잘 춰?"

"뭐...춰본적 없는데. 그리고 왔어도 둘이선 못췄겠지."


만약 했다간 주변에서 경악의 시선을 한눈에 받을지도. 그렇게 세계가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사이 자아는 재빨리 일어나서 세계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 구두때문에 휘청이는 세계의 허리에 자연스레 손을 감고.


"춤 알려줄게."


사실 춤은 구실이란건 두 사람 다 알고 있었다.



-



이것저것의 일때문에 지쳐, 소파에 누운 세계에게 자아가 무언가를 머리위에 올려주었다. 아까 세계가 방 안에 들어 오기전에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던거 같았는데 아마도 그거였는지, 머리위에 손을 올려 무엇인지 확인하려고 하자 기습적으로 키스당했다.


"쉴 시간은...후우...줘."


한참 또 입술이 붙어 숨도 쉬지 못한 세계가 투정하듯 말했다. 상대도 마찬가지였을텐데 이상하게 멀쩡해보여서 우스운 경쟁심이 일었다.


손에 쥐여있던건 풀때기...아니, 겨우살이 잎으로 만들어진 화관이었다. 아아, 크리스마스에 겨우살이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는 키스해도 된다는 그 낭설.


"날 겨우살이 아래에 둘려고?"


세계의 물음에 자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구실따위 없어도 잘 했었으면서."

"있어도 나쁘지 않지."

"데자뷰한테 얹어주면 걔랑 키스하려고?"

"난 너랑 하고싶어."


시선을 똑바로 마주치면서.

결국 고개를 돌린건 세계였다. 그가 알게된 데자아는 이렇게 사랑이란걸 말하곤 한다. 당당하면서도, 서투르게.



"그럼 언제든 해도 된다니까."

"언제든?"

"...때와 상황을 봐서?"

"그 정도야 알지."


그럼 지금은? 세계가 웃으며 묻자 자아는 뱀을 들어 문 밖으로 내보냈다. 뱀이 콩콩 꼬리로 잠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새삼스럽긴.


"복도 추울텐데."

"뱀은 추운걸 좋아해."


창 밖으론 어느새 눈이 잔뜩 내려, 호그와트를 자신의 품에 안고있었다. 세계는 눈을 파르르 떨다가 감았다. 눈이오는건 나중에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고, 지금은 눈을 감아야 할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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