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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랠

Ekk)여우요괴 패러랠

EKKSEIN 2014. 4. 9. 20:35

아이고, 그래서 그 여우요괴가 우리 손자를 한번 홀리더니 얘가 다음날부터 말을..." 
"그 썩을 요괴가 우리 밭을...!" 
"여우요괴때문에 아가들도 밤마다 울고 바들바들 떤다우. 이를 어쩔꼬..." 

세계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그 도련님은 그렇게 안 보여서 뭘 이렇게 마을 하나를 헤집어 놓았던거야. 물론 아까는 장난을 친 거니 자신과 이야기 했던 내용들도, 말 버릇도 행동거지도 모두 거짓이었을지도 모른다. 요괴란 그런 족속들이다. 밥이 쉬는것보다 더 빨리, 바람에 벼가 눕는것보다 더 빨리 마음이 바뀌고 제멋대로 군다. 상대하기도, 일반 인간으로는 무리다. 

"그런데, 요 뻘건 눈은 다친거요?" 
"네? 아니, 아뇨! 괜찮아요. 하하." 

요괴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다가 갑자기 자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주민때문에 세계는 침착한척 애써 앞머리를 손으로 내렸다. 철 들기 이전에 이미 한쪽 눈의 색은 남들과 달라져 있었고, 요괴들의 기에 맞설 수 있게 되었다. 확실치는 않다. 다만 처음으로 영령을 보았던 것이 8살이니- 

"-이미 십년전..." 
"아이고, 아무튼 유명한 퇴마사분이라니 어여 우리 마을에서 그 놈좀 쫓아내 주시오. 이거 발 뻗고 자질 못하겠으니..." 
"부탁드립니더." 
"어어, 네. 열심히 할게요." 

차마 맡겨만 달라는 둥, 못 퇴치할리가 없다는 둥의 이야기는 꺼내지 못하고 세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도련님, 아니 여우의 기는 찾아내기가 어려울텐데...이미 이쪽을 뜬게 아니려나. 선금으로 받아둔 엽전의 무게가 평소보다 무거워 휘청거렸다. 









'왜인지 섭섭하네.' 

예전부터 자신은 요괴가 많이 꼬이는 체질이었다. 무당에게 가보니 신이 들리거나 그런건 아닌데, 그저 아무런 이유 없이 요괴들이 보이고 말을 걸었다. 외로운 세계에게 친구가 되어 준 적도 있었지만 결국 그것은 인간이 아닌 것들, 그저 눈을 속인 것들. 이내 그의 시야 안에서 사라져버렸다. 원랜 없던 것이라고 했다. 

'자아도 말이지...' 

그 체질에 이끌려서 온걸까. 
심심했던 거겠지, 오백년이나 산 여우요괴라면...또 길을 다른 인간에게 석류를 내밀테고. 

한숨을 푹, 쉬고 세계는 다시 기 찾기를 계속한다. 종이에 붉은 표식을 그려 바람에 흝날려보내고, 눈을 감고 그의 기를 찾아 헤메는 그 순간- 

[..._.....] 

"어라?..." 

아주 짧은 한 순간이지만 분명 멀지 않은 곳에서 그의 기운이 강력하게 느껴졌다. 문제는, 바로 사라졌다는 거지만. 자아는 예전에도 봤듯이 그의 기운과 기척을 숨기고 드러내는데에 능숙했다. 그런 그가 이렇게 일부러 기운을 내뿜는거라면, 둘 중 하나다. 또 질나쁜 술래잡기 장난이라든지. ...아니면. 

"목숨이..." 

요괴에게 목숨이라는 말은 좀 이상한가. 세계는 그렇지만 두번째 가설로 믿어보기로 했다. 그가, 자신의 상황을 안다면-왜인지 그럴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장난은 치지 않을 거 같단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디지, 어디야. 그 방향으로 무작정 뛰면서 세계는 무언가를 떨어뜨렸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커다란 검붉은 여우는 처음 보았다. 아니, 달 빛 아래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원래는 무슨 색이지? 흰 빛에 붉은 문양이 새겨져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폭신한 꼬리는 여덟개. 아니, 그보단... 

"데, 데자아! 야!" 

실명인지 아닌지도 모를 그의 이름을 부르며 세계는 재빨리 다가가 보따리를 뒤졌다. 인간 서너명은 가뿐히 태울 법한 거대한 붉은 여우, 군데군데 상처가 나서 쓰러져 있는 그 모습은 눈속임의 인간형이 아닌 분명 그의 실체이리라 생각했다. 함정이리라곤- 

"으, 으악!"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인간? 인간인가? 후후후, 오늘은 먹을 복이 터졌네. 여우요괴에 인간에...] 

검고 기분나쁜 축축한 기운. 이건 늪요괴가 분명했다. 주로 늪에 빠진 원혼들이 뭉쳐 실체와 힘을 가지게 된... 영령에게 팔이 붙들려 대롱대롱 매달린 세계는 보따리를 꽉 쥐었다. 그들은 불에 약했다. 부싯돌이 분명 이쯤에...! 

[도망가.] 

들려온 말에 세계는 놀라 눈을 깜빡였다. 자신의 뇌에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듯한 목소리. 자아의 목소리였다. 기절한건 아녔구나. 그와 동시에 점차 검은 기운이 자신을 옮아매는 것을 알아채고 뿌리쳤지만 소용 없었다. 

"도망 못가..." 
[그럼, 왜 온건데.] 
"...네가 위험해보여서?" 
[네가 오길 바랐던건 아녔어.] 
"그럼 누군데?" 
[... ...] 

붉은 여우는 세계의 말에 그저 캥, 하고 작게 울었다. 

"아녔어...? 도와달라는거." 

아, 정말이지-! 갑자기 우드득, 하는 소리가 나더니 여우가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촉수 모양의 검은 늪 원혼들을 이빨로 끊고, 피가 나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뛰어오르는 것이었다. 뒤에서부터 무섭게 그들이 쫓아오기 시작했다. 자아는 세계를 옮아맨 원혼들도 쫓아내고 (물론 세계도 주머니에서 부적을 꺼내 던지기도 했다) 제 등에 그를 태워 엄청난 속도로 숲 속을 달려나갔다. 등 뒤로 움직이는 옅은 그림자들이 보이는걸, 세계는 붉은 눈으로 겨우겨우 알 수 있었다. 떨어질까봐 꽈악 그의 몸을 붙잡는게 일단 제일 우선이었지만. 





[허어억...헉...딱히...아녔거든?] 

...그리고 이 말을 하자마자 다시 털썩, 조금 멀리 온 그 자리에 누워 눈을 감고 엎어진 여우를 보며 세계는 뭘 해야할지 한참동안 안절부절 못하다가 상처에 손을 대 보았다. 무언가를 태운 듯 검은 연기가 치직,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그 생각에 눈물이 툭툭 떨어지는 이유를 세계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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