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랠

Tayo)부족 패러랠

EKKSEIN 2014. 4. 9. 20:35




"또?" 





예, 그것이. 그게…. 말끝을 흐리는 수하들을 손을 내저어 물린 자아가 밖으로 나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예상대로 세계는 밖에 앉아 천쪼가리 비슷한걸 잡고 있었다. 평소와 다르다고 한다면, 천의 크기가 아주 작았다는 것과 주위에 아이들 여럿이 앉아있었다는 것 정도. 의아함에 가까이 다가간 자아는 금새 세계가 콩주머니를 만들고 있단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아이당 하나씩, 바느질하고 남은 색색의 자투리천에 콩을 채워넣던 세계가 자아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고 웃어보였다. 몇 주전 새로 맞아들인 자아의 신부라는 사람은 여러 가지로 자아를 놀라게 만들곤 했다. 우선 첫 만남에서, 남자가 왔다는 점(이 점에서 자아의 부족은 자신들의 헛점을 인정했다). 귀한 집 자식이라면서 손끝이 야무져서 아낙이나 하는 집안일을 곧잘 한다는 점. 그리고 팔려 온 것이나 다름없는데도 연신 웃고 다니며 영 반응이 시원찮던 부족 사람들에게 좋은 신부라는 호평까지 얻는데 단 일주일이 걸렸다는 점. 여기저기 땋은 까만 머리를 넘겨 정리한 세계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자아에게 다가왔다. 






"그…일어나셨어요?" 



"그래, 벌써 대낮이지만." 





자아는 말할 때마다 세계가 경어가 능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잠시간 스쳐지나간 생각을 금새 잊은 자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경어를 쓸 필요는 없는데. 남남도 아니고. 자아가 세계의 머리에 붙은 나뭇잎들을 떼어내주기 위해 머리카락에 잠시 손을 대었다. 세계는 손이 닿자마자 고개를 숙이며 조금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보였지만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자아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일을 찾아 하는지 몰라." 


"전 이쪽이 편해서요." 





바느질감이나, 청소나, 항상 뭔가 집어 하고있는 신부 때문에 부러 할 수 없는 일감을 줘서 아예 일을 하지 않고 안에서 있게 할 생각이였는데. 복잡하고 복합적이기까지 한 과제들-자아가 오후에 하기로 한 일이였다-을 멋지게 처리해버리고 다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세계에게 기가 찬 자아를 아는지 모르는지, 세계는 자수가 놓인 적갈색 천의 콩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이 색 당신을 닮았는데. 나름 꽤 잘 만들었다구요. 





"못 할줄 알고 시킨 거였어." 


"너무 얕보신거 아니예요?" 





내가 어떤 인재인데. 세계가 콩주머니를 자아의 주머니에 넣어주고 몇번 툭툭 쳤다. 같이 하면 일 줄어들고 좋잖아요. 그런거 쳐다보고 있으면 안 어지러워요? 끊임없이 조잘거리는 세계를 보며 자아는 문득, 정말 막연히 이 팔려온 신부를 예상보다 훨씬 더 좋아하게 될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호감을 아득히 넘어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잠길 미래까지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