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랠

Tayo)예언자 패러랠

EKKSEIN 2014. 3. 10. 09:40



"그대의 나라는 1년 안에 멸망합니다."




사막의 예언자가 말했다.




"당신이 지금의 당신이 아니게 되지 않는 이상. 이 나라는 한줌의 모래로 돌아가게 될거야."




단호하다 못해 무례한 예언이였다. 눈을 가린 천 때문에 더욱이 인상을 읽기 힘든 소년이였다. 왕은 옥좌에 기대 눈을 감고 가소롭다는 듯 미소지었다.





"꽤나 확고한 태도네. 이름이?"



"…신세계."




분명히 아까 제일 먼저 이름을 말했던 것 같은데. 나라의 젊은 왕, 데자아는 확실히 처음 말해줬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자아가 중앙으로 걸어나와 세계의 바로 앞에 섰다. 잘그락, 옷과 몸에 달린 자잘한 유리공예품이 부딪혀 소리가 났다.






"아무리 눈 먼 장님이라지만, 네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 모르진 않을텐데? 이곳은 나의 나라야."







끝없이 넓은 사막, 펼쳐진 평원. 그 틈새의 아름다운 궁전보다도 빛나는 왕이 손을 들어 세계의 머리에 씌워진 베일을 슬쩍 들어올렸다.






"머리가 희네."




"오래 살았으니까요. 희게 변한걸 내 눈으로 본적은 없지만 원래는 검은 머리였습니다."




"오래 살았다라. 단순히 오래 살았다는 것 만으로도 네 예언은 가치를 가지는가? 이제까지 현자로 떠받들어진 일족이라는게 의심스럽군."






왕 앞에서도 허리를 펴고 말할 수 있는 일족에 대한 예우라고는 꽤나 무례했지만 세계는 무표정으로 자아를 응시-응시라고 할 수 있을까-했다. 자아가 툭 손을 놓자 떨어진 베일이 소리없이 발치에 깔렸다. 세계의 무표정에 자아도 입가에 그린 듯한 미소를 서서히 지웠다. 1년이라.





"1년이라면 무너뜨리려고 애써도, 작은 나라조차 완전히 대를 끊어 놓을 수는 없을걸."




네 눈에 보이는-이런, 실례. 눈으로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땅이 고작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무너져 내린다니.





"단순한 예언이 아닙니다. 일종의, 생명을 내건 예지라고 할 수 있죠."





세계가 카드를 꺼내 바닥에 펼쳐놓았다. 눈이 보이지 않을 텐데도 빈틈없는 손길에 자아는 조금 의외라는 듯 시녀에게 손짓해 방석을 깔게하고 세계의 앞에 앉았다. 무슨 카드지?





"아마 이쪽에는 알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주술 용도로 쓰는 카드죠."





묘한 빛이 일렁이는 카드를 한장 집어든 세계가 자아의 코앞에 불쑥 그것을 들이밀었다.





"탑."





어두운 하늘에 무너지는 탑의 그림. 불길하기 짝이 없었다. 자아는 손을 들어 카드를 내팽개쳤다. 카드 모서리에 세계의 손가락이 베여 대리석 바닥에 핏방울이 점점이 떨어졌다.






"무슨 근거로?"




"아까 말씀드렸습니다만, 생명을 건 예지입니다. 말 그대로."






자아도 들어본 적은 있었다. 지나치게 소수고, 중요한 예언을 할 때 앞에 나타나 반드시 맞는 미래를 점치고 사라진다고. 그들의 예언이 빗나간 것은 역사책에 기록될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였다. 그들은 신에게서 직접 말씀을 듣는 자들이라고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자라고도, 어디에나 있는 자라고도 불려졌다.






"생명이라, 어째서?"





예언을 틀린 자들이 죽었다는 기록은 없었는데. 세계는 널부러진 카드를 말끔하게 모아 소맷자락에 넣고, 바닥의 베일을 들어 손에 쥐고 -보이지 않을게 틀림없음에도 정확히- 사막 쪽을 바라보았다. 말할 수 없습니다. 금기이기에.






"전 예언이 이루어지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 1년간 이 성에 머무를 것입니다."



"그래. 너희들에게는 그런 권리가 있었지."





자아는 헛웃음을 흘렸다. 아마 영생을 산다는 저 예언자는 1년이 아니라 100년 앞의 예언이라도 지켜보기 위해 나라에 머물 수 있을 터. 그러나 전부 헛소리이다. 이게 그렇게 선조들이 찬양해대던 일족이라니. 사기꾼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자아는 한숨을 쉬며 뒤돌았다.




"네 멋대로 해보던가. 아마 너는 어긋난 미래를 점친 또 하나의 예언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