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랠

Tayo)예언자 패러랠2

EKKSEIN 2014. 6. 5. 15:35

자아는 그 사막의 예언자가 마음에 들었다. 



첫 머리를 이렇게 써 놓으면 모호한 표현이라고 판단되기에 정정한다. 이제까지 자아가 느꼈던 감정은 짜증나네, 에서 괜찮군. 의외로 귀엽네. 같은 간단한 감정과 그 변화였다. 말하자면 맘에 든다라는 생각 이전에 꽤나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었다는 뜻이다. 신세계는 직접적으로 자신의 나이를 밝힌 적 없지만 세월에 바랜 은발이나 가끔 보이는 초연한 태도로 미뤄보아 데자아보다는 훨씬 많이 산 사람이였다. 



처음 자아는 세계의 종족 자체가 일종의 지위 역할을 하는지라 궁에 머무르는 행동 자체가 편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가택 침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치를 부린다기에 신세계는 지나치게 검소했다. 아니, 궁상맞았다. 이 나라, 아니 세계에서 손 꼽을 정도로 사치스러운 곳에 머무르는 신성한 예언자 치고는 정말로. 자아와 일대일로 식사하는 자리에서 떨어진 포크를 주워 쓰려는 버릇을 고치게 하는데 삼일. 가져온 옷을 그대로 빨아서 교대해가며 입는다는 것을 뜯어말려 새 옷을 입게하는데 일주일. 새 옷을 입다 어디가 찢어졌다고 기워 입는 것을 반짇고리란 반짇고리는 다 치워 조금이라도 시종 부리는 데에 익숙하게 만든지 약 이 주. 자아에게 지금 그가 마음에 든다라고 단언할 수 있는 계기중에는 분명히 저런 일들이 포함되었지만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굉장히 성가시고 충격적인 일이였다. 물론 세계에게도 멀쩡한 옷이 좀 찢어졌다고 다시 입지 않는다던가, 사막의 나라인데도 찬 물이 항상 준비되어있는 왕궁 같은건 주춤할 만한 사실들이였다. 



자아는 예언자-아무리 신성한 사막의 같은 수식어가 붙는다고 해도-와 왕 사이에 얼굴을 자주 마주칠 만한 접점이 없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자아와 세계는 거의 일상적으로 마주치다 못해 붙어서 노닥거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아는 세계가 한 예언이라는 것이 자신의 나라를 분탕질시키기 위한 헛소리가 아님을 꽤나 빨리 깨달았고, 첫 만남보다 세계에 대해 굉장히 많이 알게 되었다. 



초연하다고 앞서 설명했는데, 세계는 생각보다 감정표현이 풍부한 사람이였다. 정치적으로도…아니. 다 방면에서 영리했고, 오래 살아 책을 많이 읽었다는 핑계로 넘어가곤 했지만 신세계가 보여주는 그것은 지식이라기보다는 지혜에 가까웠다. 얼굴만 보고 있자면 자아의 또래같이 여겨졌기 때문에 자아도 어느 샌가 옆의 친구처럼 대하게 되었고-세계는 존댓말을 고집했지만-이것은 세계가 가지는 암묵적인 지위보다는 자아의 자유의지에 의한 대우였다. 




사실 친구에 대한 대접이라기엔 지나치다는 사실을 자아는 인식하고 있었다. 허물없는 사이라기보다는 자아와 세계는 서로를 의식하는 관계였고, 가까이 두며 지내는 사이였지만 자아는 세계의 목덜미라던가, 흰 머리채가 신경쓰였고 세계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자아의 목소리가 귀에 밟혔다. 둘은 미묘한 상관관계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