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랠

Ekk)Lost and found

EKKSEIN 2014. 3. 10. 09:07

Lost and Found- @ch_tayo Tejava*Shinsegye couple parallel


[1]


나는 네 하얗고 창백하고 가느다란 머리칼을 만지고 싶었다. 언제나와같은 변덕이었을 것이며, 이유는 딱히 알지 못했다. 어쩌면 내가 널 처음 만났을때 네가 그 모습이었다는 이유도 있었을 것이고 혹은- 그저 너의 '다른 모습'에 흥미를 가졌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중요한건 지금 그게 아니었다. 나는 빗을 쥐었다. 너는 내 앞에 등을 돌리고 있었다. 곧은, 아름다운 등이었다.

밀치고 싶은.


아니, 이건...아니다. 하지만 연 입은 닫을 수 없었다.


-내가 죽어달라고 한다면?


...무의식의 파편에서 나온 나쁜 질문이었다. 나는 실제로 그런 부탁따위 하지 않을 것이다. 너를 실수로나마 잃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너는 자신이 산다는 것에 미련을 가지지 않는 듯한 말을 했다. 너는 내가 미련이라고 했고 이유라고 했다. 웃기지, 타인의 존재가 살아간다의 전제가 될 수 있는걸까. 너 자신-신세계는 그 이전부터 오롯이 존재했을텐데.


너와 나는 정말로 다른 존재였다. 나는 그리고 그 점또한 맘에 들었다. 네 웃는 창백한 얼굴과 가끔씩 무게가 바뀌는 목소리와, 장난스럽고도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성격과. 흐릿한 한쪽 눈 까지.

아니, 그냥 신세계를 좋아했다. 맘에 든다는 자체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 유치하지만 가끔 밤에 널 생각하며 아, 이게 사랑이구나. 하는 말을 혼자 중얼거렸다고 말한다면 너는 분명 웃겠지. 나는 유치해졌다. 너 때문이었다.


-가지 말아줘.


네가 만약 나보다 먼저 죽으면 가장 크고 멋지고 예쁜 정원을 만들어, 너와 닮은 나무 아래에 너를 묻을게. 나는 말을 삼켰다. 네가 매번 나를 안심시켰지만, 나는 언제나 불안감에 휩싸여있다는걸 너는 아마 모를 것이다. 몰라야만 했다. 네 태도에 대해 너는 자각하지 못하지 않을까. 점차 나는 완벽한 데자아가 아니게 되고 있었다. 너로 인해서. 너라는 세계로서.

무언가 이렇게 가지고싶었던 적은, 불안감을 느껴본 적은 여태껏 한번도 없었어. 세계란건 바란다고 살 수 없으니까.


'나는 그 정원에서 너에게 말을 걸거야.'


-자아야?

-...응.

-난 아무데도 안가, 네가 여깄는 이상.


붉은눈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 같진 않았다. 나는 한숨을 내뱉었다. 너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채도가 한창 사라진 어스름한 달빛에 비춰진 흰 너는 예뻤다. 아직, 아직 자기는 무리였다.






[2]


사실 옷 두벌로는 성이 안 찼다. 목도리며, 자켓이며 바지며 새 신발이며 가득가득 사다가 네 품에 안겨주고 싶었는데 분명 너는 부담스러워할게 당연했다. 내가 너라면 어땠을까, 가끔 그런걸 생각해보곤 했는데 오늘따라 맘이 맘대로 되지 않았다. 아무튼 경보음이 잔뜩 울리는 머릿속을 자제시키며 두벌을 재빨리 사 버렸고 둘 중 한벌은 집에있는 내 옷과 같은 거라는걸, 네겐 말하지 않았다. 작은 기쁨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네 표정은 부담스러움을 살짝 내비추고 있었다. 역시 다른걸로-하는 차에 악세사리 샵이 보였고, 네가 내게 사준다는 것을 고르는동안 나는 다른걸 구경하고 있었다.


반지.


쓴웃음이 나와 내 검지 손가락에 걸려진 소울젬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언제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영원한 족쇄, 자라지 않는 소년들. 영원한 성전.

같은 반지를 사는건 또 너에게 족쇄를 거는 짓일까?


...나는 답을 내지 못했다. 멀리서 바라본 네 귀걸이가 차분하게 반짝거렸다.




-내가 이걸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을까.


결국 반지 코너에서 나와 네가 건낸 은색 열쇠고리를 들고 고민했다.

가끔씩 이런건 나를 괴롭히곤 했다. 사실 별 것도 아닐텐데. 모든건 미래에 일어날 일일텐데.


'너는 내곁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까?'


그런 부류의 고민과 같았다. 멍청하기도 하지.


-영원히 잃어버리지 않을 수도 있어.


너는 명쾌하게 답을 내곤 했지만 때때로 그 답은 날 아리게 만들었다. 네가 한번 내 곁에 있기 시작한 순간, 가는 것을 생각해서도 상상해서도 말해서도 안되었다. 나는 그렇게 만들 것이었다. 네가 싫은 소리를 하면 듣지 않겠지. 나는 나를 잘 알았다.


샵에서 나와 네 눈에 입을 맞추면서 나는 너를 잃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혹여나 네가 상처입을지라도.



[3]


- 이건 비밀인데, 사실 난 내가 없으면...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좀 많이 슬퍼해주길 바라거든. 너도.


너는 그 생각을 비밀로서 남겨두어야 했을 것이다. 언젠간 내가 알아차릴 내용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아니, 네게 눈이 먼 나는 끝까지 몰랐을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젯밤도 그렇고, 여전히 너는 스스로가 언제라도 죽어도 괜찮을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는것에 의지가 없는.


[나를 위해 살아가!]

[나만 바라보면서, 살아가!]

[고통스럽더라도, 나를... 내 곁에서, 살아가줘. 부탁이야...]


너 밖에 없어.

아니, 너 이상으로는 만들지 않았어. 만들지 않을거라고...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너는 웃었다.



나는 네가 사라지면 너를 잊을 것이다. 슬픔도 미움도 절망도 그리움도 모두 함께 네 관 위에 쏟아부을것이다. 그러니까, 그럴 경우가 오지 않도록 나는 너를 내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다.


- 난 죽는건 무서운게 아닌 줄 알았는데. 널 포기하고 죽는걸 택하긴 싫다고...느끼고있어.


죽는건 무서워, 신세계. 가진게 아무것도, 원하는게 없던 나도 죽는건 너무너무 싫었어.

오히려 너는 너와 친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죽는게 무섭지 않을지도 몰라.


-나는...


이건 훨씬 후에 있을 이야기였다.



[4]



「이제, 괜찮잖아.」

나는 물어 봤지만

처음부터 너는 이 게임을 알지 못했어


아아, 너는 확실히 숨기고 있는 듯해

처음부터 숨기고 있는가 어떤가 조차 알 수 없었어

***


감정의 조각, 찾을 때마다

나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고 외치곤 했어

그들도 찾아낸 장소겠지,

많은 기적이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어

누구나가 찾고 있는 두 명

분명 무언가를 깨달은 듯이

어딘가에서 만날 수 있겠지

달라붙어

같은 색의 표정으로.

한 발 더, 나아갈 용기가 있으면

스스럼없이 네 자신과 여기서 마주볼 수 있는 걸까?


「이제, 괜찮아.」


네 목소리에 뒤돌아본

상처투성이의 공간세계에 색이 바랬어


왜냐면 너같은건 보이지 않는 걸

슬퍼서 이기적이어서

도망치기 시작했어

꿈속에서 거짓의 틈을 빠져 나가서

부딪치고 독을 뱉고

무너져 내려 버리고 싶어서

거짓은 진실의 너를 숨겨 가

***


갈 곳을 잃어버리고 구르며

문득 그들을 한 번 보았어

의심에 버둥거리고 있는 나를 봐

당황해서 눈을 돌려


「게임이 그래,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혼잡함에 어지럽혀져 얼굴을 숨기고 있었던 거네.」

『이젠, 늦었잖아.』


그들의 소리가 달라붙었어

터무니없는 도망칠 곳에 변명을 살그머니 던졌어


그래 너같은건 보이지 않는 걸

슬퍼서 이기적이어서

도망치기 시작했어

꿈속에서 거짓의 틈을 빠져 나가서

만나고 싶어서 사랑하고 싶어서

말하고 싶어서 놓쳐버리는 것이

무서워서 사지를 잘라냈어

***


숨기고 있던 것은 정말로 너였던 걸까?

나도 게임에 시작되기 한참 계속 전부터

아름다운 일에 어지럽혀져 진실의 얼굴을 숨기고

있던 것이 아닐까?

영혼의 조각은 잃어버리고 말았지만

조금뿐인 시간은 지나버렸지만

단지 너와 마주보고 전해야 할 말이

하나가 있어


잃어버린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누가 정했어?

이 게임을 끝내버리는 거야

달려봐 달려보는 거야


만나고 싶어 만나고 싶어서

구른 일같은건 혀를 내밀고서

웃어버리는 거야 웃어버리는 거야

흐르기 시작한 가득 네 눈물도

스쳐 사라진 네 소리도

잃어버린 네 심장도


『-지금, 찾아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