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랠

Ekk)현대 뱀파이어 1

EKKSEIN 2014. 3. 10. 09:15




여기서 죽는건가?


실감이 나지 않아 세계는 자신 앞의 상대를 보며 침만 꿀꺽, 삼켰다. 자신은 그저 여느날처럼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에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시야의 색이 뒤바뀌었을 뿐이다. 붉디 붉은 -피와 같은 새빨간 색. 놀라서 뭐지, 하고 놀라 뒤를 돌아보자 아까까진 멀쩡하던 길거리의 사람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아스팔트가 그들을 집어 삼키는 검은 그림자로 가득차있었다.

어디서 나타났을지 모를, 소리도없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그림자는 거칠고 흉폭했다.


뭐야, 이거. ...꿈인가?


자신도 도망치려고 했으나 차마 발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심리적인 것 때문인지, 혹은 인위적인 무언가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아, 아아. 의미없는 비명만 지르고 있었다. 주르륵, 눈 앞의 행인 한명이 쓰러져 피를 흘렸다. 그 피는 그림자가 흡수했다.

우웩, 당장이라도 토하고 싶었던 그 때-


[...이런, 뭔 문제라도 있었던걸까.]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초점을 잃고 서 있던 세계의 앞에 그제서야 이 기묘한 공간의 주인이 바닥 그림자를 가르며 나타났다. 어둡고 붉은 눈동자와 잘 휘어진 눈매. 손에 쥔, 붉게 빛나며 움직이는 채찍에다가 보통 사람이라면 입고 다니지 않을 이상한 제복. 겉보기에는 일단 자신과 비슷한 또래인 듯 했다. 하지만.


등 뒤 검은 피막의 날개. 입 사이로 보이는 뾰족한 송곳니.

...분명 인간이 아니었다.


-털썩.


[일어나야지. 다리 아파?]


상대는 가볍게 다가와 벌벌떠는 그의 팔목을 잡고 일으켜주었다. 그의 목소리가 세계의 머릿속 안에 기분나쁘게 울려퍼졌다. 곧 바닥에 내뒹구는 저녁식사거리와 자전거도, 그의 그림자가 주워주었다. 뭐라 말해야할지 모르겠어 그저 멍한 세계 대신 그가 웃으며 느긋하니 입을 열었다.


[일은 철저하게 하자는 주의여서, 아쉽겠지만 그쪽에게도 예외는 없겠네.]


손가락을 튕기자 어디서 나온지 모를 붉은 채찍줄들이 세계를 포박한다. 어, 어 하는 사이에 그의 품에 붙들려, 어깨를 잡혔다. 눈 앞에 먹잇감에게 마지막까지 자상한 포식자인 그-뱀파이어-는 혀로 스윽, 스쳐지나가듯이 입술을 핥아준다. 제발, 살려줘. 세계는 옴싹달싹못하고 거밋줄에 잡힌 나비처럼 바르르 떨다가 그의 뜨거운 입술이 자신의 목덜미에 닿자 눈을 질끈 감았다.


곧 나는 죽-


-콱


[으, 으웨에에엑!]


급격한 굉음과 함께 세계를 묶고있었던 포박이 모두 풀려나가지고, 붉은 시야가 한순간에 사라져갔다. 마지막에 세계가 보았던 것은 자신을 방금까지 먹으려고 했던 그 괴물이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바닥에 볼품없이 무너져 자신의 입을 막고 토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


꿈은 아니었다. 손으로 만져본 자신의 목덜미 한쪽에는 두개의 조그만 구멍이 있었다.

누군가 날카로운 송곳니로 물었던것처럼.


-





"야, 신세계! 낼 학교서 보자!"

"그래!"


오늘도 방과후에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집으로 들어갈 시간. 이제 해는 지고 어둠이 슬슬 주변에 깔릴 때다. 저녁은 미리 해놓고 나와서 문제 없지만 여러 할 일이 쌓여있기에 세계는 자신의 집 쪽으로 발걸음으로 놀렸다. 순간 서릿하고도 기묘한 시선이 그를 잡아끌었다.


"... ...?"


좁은 골목에서, 지지직거리는 전등 아래에 교복을 입은 한 소년이 있다. 언뜻 보니 아마 부자들만 다닌다는, 여기선 조금 먼 학교의 교복이리라. 등 뒤에는 콘트라베이스를 들고 있다. 어디서 본 거 같기도...


"...왜이리 늦게 왔어. 하루종일 기다리느라 녹초인데."

"어? 응? 누구야?"


상대와 시선이 마주치자 세계는 그를 알 수 있었다.


"너, 어, 어제의 그...!"


상대를 알아보고 재빠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도망가려는 세계의 팔목을 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꽈악, 잡았다. 어지간한 힘 이상이다. 이렇게 입고있으니 보통 학생같아 늦게 알아본 것도 이해는 하다만, 무엇때문인지 모르게 어제의 그 고고하고 거만한 주인의 분위기는 그에게서 거의 사라진 듯 했다. 이게 본론이 아니라, 아무튼 세계는 어제의 그 참극이 머릿속에서 떠올라 식은땀이 났다. 상대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아야, 뭔데...손좀 놔 봐."

"너, 뭐야?"

"뭐냐니?"


갑자기 너 뭐냐고 묻는다면 고등학생 2학년 신세계입니다. 라고 할 수 밖에 없는데... 세계가 흐트러진 안경을 고치며 뭐라 대답해야할지 머뭇거리는 사이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대듯 화를 냈다. 너, 뭐냐고. 어디 소속? 혹시 기사단이나 바티칸 소속? 똑바로 말 안하면 손목을 으깨버릴테니까.


"나...난 그냥 신세계인데..."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는 소리인가."


그는 맥없이 툭, 세계의 손목을 던지듯 내려놓고 자신의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보였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에서도, 그건 똑똑히 보였다. 그의 손목은 까맣게 얼룩덜룩했다. 멍 든 것과는 별개로 그슬린거 같다고 해야할지, 무언가로부터 침식이라든지. 무언가 팔목을 타고오르는 커다란 문양이 문신으로 있던거 같았는데 얼룩들이 그것을 지워놓고 있었다.


"...다친거야?"

"너 때문에."

"뭐?"

"어제 네 피를 마신거 때문에, 진혈의 능력이 모두 사라졌어."


진혈이라니? 피? 역시 괴물인거 같긴 한데 하나도 모르겠다. 상대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부들부들 떨며 분노에 휩싸인 듯 보였다.


"저기, 그게 왜 나 때문..."

"몰라! 이런 확률은...없었어!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고 고서상에 기록되어있는 것도 몇개 없어! 내가 안일했던게 아니라고! 네 잘못이니, 널 죽일거야!"


큰 소리로 화를 내는 소년의 목소리 뒤로 어디선가 컹컹 개가 울었다. 말이나 소리에 비해 위엄도, 위압감도 없었다. 그냥 학교 친구들 중 하나가 시험을 못봤다고 깽판을 치는 듯한 그런... 세계는 왜인지 그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란걸 감으로 알 수 있었다. 뭔진 잘 모르겠지만 함부로 죽일 수 없는 그런건가.


소년은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비싸보이는 옷이나 귀티나는 인상과 정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여서 세계는 놀랐다. 그는 두 다리를 모으고 그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우는건 아니겠지. 세계는 그에게 한걸음 다가갔다.


"저기...음? 야. 들어봐. 내가 뭘 잘못한거 같은데 그건 내가 고의로 한게 아니고...맞지? 너도 그걸 해결할 방법을 모르고. 그리고 원래는 네가 먼저 잘못한거잖아, 갑자기 피를 빠는게 어딨..."

"...내가 인간을 먹는건 당연한거라고 생각해."

"난 인간이고, 먹히기 싫은데."

"지금껏 그래왔어."

"아무튼...도와준다고, 응? 일어나봐. 여기 추워. 너 안춥냐?"


겨우 일어선 소년의 코 끝은 빨개져있었다. 차분하지 못한 머리칼에 왜인지 세계는 손이 가 두어번 옳지, 옳지 하며 쓰다듬어주자 그는 고개를 돌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보이는걸로는 꽤나 울적한 듯 해 보였다.


"...데 자아. 뱀파이어."

"신세계. 세계라고 불러. 넌 자아라고 부르면 되는거지?"


그가 고개를 어색하게 끄덕였다. 세계는 왜인지 즐거워졌다. 그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것을 기억하면서도, 말이다.




-




B-1024 기밀문서

블랙 슈거. 통칭 BS


뱀파이어가 마시면 힘을 빼앗기며 치명상을 입는 피. 아주 희박한 확률로 인간중 이 피를 가진 사람이 태어난다. 색깔이나 분자나, 내부 포함요소는 보통의 피와 같다. 이 피를 마시면 뱀파이어는 대부분 BS의 피가 몸을 침식해 한달 내로 죽게된다.

단 마시고 나서도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BS를 지닌 인간과 BS의 피를 마신 뱀파이어가 서로-...(중략)-...


뱀파이어중에도 아주 드물게 이 피를 가진 자가 태어난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뱀파이어, 그것도 진혈의 수가 많이 줄어든지라 거의 가능성은 없다.

최근 100년 사이 발견된 BS에 대한 자료는 첨부 3번.




여기서 죽는건가?


실감이 나지 않아 세계는 자신 앞의 상대를 보며 침만 꿀꺽, 삼켰다. 자신은 그저 여느날처럼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에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시야의 색이 뒤바뀌었을 뿐이다. 붉디 붉은 -피와 같은 새빨간 색. 놀라서 뭐지, 하고 놀라 뒤를 돌아보자 아까까진 멀쩡하던 길거리의 사람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아스팔트가 그들을 집어 삼키는 검은 그림자로 가득차있었다.

어디서 나타났을지 모를, 소리도없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그림자는 거칠고 흉폭했다.


뭐야, 이거. ...꿈인가?


자신도 도망치려고 했으나 차마 발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심리적인 것 때문인지, 혹은 인위적인 무언가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아, 아아. 의미없는 비명만 지르고 있었다. 주르륵, 눈 앞의 행인 한명이 쓰러져 피를 흘렸다. 그 피는 그림자가 흡수했다.

우웩, 당장이라도 토하고 싶었던 그 때-


[...이런, 뭔 문제라도 있었던걸까.]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초점을 잃고 서 있던 세계의 앞에 그제서야 이 기묘한 공간의 주인이 바닥 그림자를 가르며 나타났다. 어둡고 붉은 눈동자와 잘 휘어진 눈매. 손에 쥔, 붉게 빛나며 움직이는 채찍에다가 보통 사람이라면 입고 다니지 않을 이상한 제복. 겉보기에는 일단 자신과 비슷한 또래인 듯 했다. 하지만.


등 뒤 검은 피막의 날개. 입 사이로 보이는 뾰족한 송곳니.

...분명 인간이 아니었다.


-털썩.


[일어나야지. 다리 아파?]


상대는 가볍게 다가와 벌벌떠는 그의 팔목을 잡고 일으켜주었다. 그의 목소리가 세계의 머릿속 안에 기분나쁘게 울려퍼졌다. 곧 바닥에 내뒹구는 저녁식사거리와 자전거도, 그의 그림자가 주워주었다. 뭐라 말해야할지 모르겠어 그저 멍한 세계 대신 그가 웃으며 느긋하니 입을 열었다.


[일은 철저하게 하자는 주의여서, 아쉽겠지만 그쪽에게도 예외는 없겠네.]


손가락을 튕기자 어디서 나온지 모를 붉은 채찍줄들이 세계를 포박한다. 어, 어 하는 사이에 그의 품에 붙들려, 어깨를 잡혔다. 눈 앞에 먹잇감에게 마지막까지 자상한 포식자인 그-뱀파이어-는 혀로 스윽, 스쳐지나가듯이 입술을 핥아준다. 제발, 살려줘. 세계는 옴싹달싹못하고 거밋줄에 잡힌 나비처럼 바르르 떨다가 그의 뜨거운 입술이 자신의 목덜미에 닿자 눈을 질끈 감았다.


곧 나는 죽-


-콱


[으, 으웨에에엑!]


급격한 굉음과 함께 세계를 묶고있었던 포박이 모두 풀려나가지고, 붉은 시야가 한순간에 사라져갔다. 마지막에 세계가 보았던 것은 자신을 방금까지 먹으려고 했던 그 괴물이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바닥에 볼품없이 무너져 자신의 입을 막고 토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


꿈은 아니었다. 손으로 만져본 자신의 목덜미 한쪽에는 두개의 조그만 구멍이 있었다.

누군가 날카로운 송곳니로 물었던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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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신세계! 낼 학교서 보자!"

"그래!"


오늘도 방과후에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집으로 들어갈 시간. 이제 해는 지고 어둠이 슬슬 주변에 깔릴 때다. 저녁은 미리 해놓고 나와서 문제 없지만 여러 할 일이 쌓여있기에 세계는 자신의 집 쪽으로 발걸음으로 놀렸다. 순간 서릿하고도 기묘한 시선이 그를 잡아끌었다.


"... ...?"


좁은 골목에서, 지지직거리는 전등 아래에 교복을 입은 한 소년이 있다. 언뜻 보니 아마 부자들만 다닌다는, 여기선 조금 먼 학교의 교복이리라. 등 뒤에는 콘트라베이스를 들고 있다. 어디서 본 거 같기도...


"...왜이리 늦게 왔어. 하루종일 기다리느라 녹초인데."

"어? 응? 누구야?"


상대와 시선이 마주치자 세계는 그를 알 수 있었다.


"너, 어, 어제의 그...!"


상대를 알아보고 재빠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도망가려는 세계의 팔목을 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꽈악, 잡았다. 어지간한 힘 이상이다. 이렇게 입고있으니 보통 학생같아 늦게 알아본 것도 이해는 하다만, 무엇때문인지 모르게 어제의 그 고고하고 거만한 주인의 분위기는 그에게서 거의 사라진 듯 했다. 이게 본론이 아니라, 아무튼 세계는 어제의 그 참극이 머릿속에서 떠올라 식은땀이 났다. 상대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아야, 뭔데...손좀 놔 봐."

"너, 뭐야?"

"뭐냐니?"


갑자기 너 뭐냐고 묻는다면 고등학생 2학년 신세계입니다. 라고 할 수 밖에 없는데... 세계가 흐트러진 안경을 고치며 뭐라 대답해야할지 머뭇거리는 사이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대듯 화를 냈다. 너, 뭐냐고. 어디 소속? 혹시 기사단이나 바티칸 소속? 똑바로 말 안하면 손목을 으깨버릴테니까.


"나...난 그냥 신세계인데..."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는 소리인가."


그는 맥없이 툭, 세계의 손목을 던지듯 내려놓고 자신의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보였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에서도, 그건 똑똑히 보였다. 그의 손목은 까맣게 얼룩덜룩했다. 멍 든 것과는 별개로 그슬린거 같다고 해야할지, 무언가로부터 침식이라든지. 무언가 팔목을 타고오르는 커다란 문양이 문신으로 있던거 같았는데 얼룩들이 그것을 지워놓고 있었다.


"...다친거야?"

"너 때문에."

"뭐?"

"어제 네 피를 마신거 때문에, 진혈의 능력이 모두 사라졌어."


진혈이라니? 피? 역시 괴물인거 같긴 한데 하나도 모르겠다. 상대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부들부들 떨며 분노에 휩싸인 듯 보였다.


"저기, 그게 왜 나 때문..."

"몰라! 이런 확률은...없었어!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고 고서상에 기록되어있는 것도 몇개 없어! 내가 안일했던게 아니라고! 네 잘못이니, 널 죽일거야!"


큰 소리로 화를 내는 소년의 목소리 뒤로 어디선가 컹컹 개가 울었다. 말이나 소리에 비해 위엄도, 위압감도 없었다. 그냥 학교 친구들 중 하나가 시험을 못봤다고 깽판을 치는 듯한 그런... 세계는 왜인지 그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란걸 감으로 알 수 있었다. 뭔진 잘 모르겠지만 함부로 죽일 수 없는 그런건가.


소년은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비싸보이는 옷이나 귀티나는 인상과 정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여서 세계는 놀랐다. 그는 두 다리를 모으고 그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우는건 아니겠지. 세계는 그에게 한걸음 다가갔다.


"저기...음? 야. 들어봐. 내가 뭘 잘못한거 같은데 그건 내가 고의로 한게 아니고...맞지? 너도 그걸 해결할 방법을 모르고. 그리고 원래는 네가 먼저 잘못한거잖아, 갑자기 피를 빠는게 어딨..."

"...내가 인간을 먹는건 당연한거라고 생각해."

"난 인간이고, 먹히기 싫은데."

"지금껏 그래왔어."

"아무튼...도와준다고, 응? 일어나봐. 여기 추워. 너 안춥냐?"


겨우 일어선 소년의 코 끝은 빨개져있었다. 차분하지 못한 머리칼에 왜인지 세계는 손이 가 두어번 옳지, 옳지 하며 쓰다듬어주자 그는 고개를 돌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보이는걸로는 꽤나 울적한 듯 해 보였다.


"...데 자아. 뱀파이어."

"신세계. 세계라고 불러. 넌 자아라고 부르면 되는거지?"


그가 고개를 어색하게 끄덕였다. 세계는 왜인지 즐거워졌다. 그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것을 기억하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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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024 기밀문서

블랙 슈거. 통칭 BS


뱀파이어가 마시면 힘을 빼앗기며 치명상을 입는 피. 아주 희박한 확률로 인간중 이 피를 가진 사람이 태어난다. 색깔이나 분자나, 내부 포함요소는 보통의 피와 같다. 이 피를 마시면 뱀파이어는 대부분 BS의 피가 몸을 침식해 한달 내로 죽게된다.

단 마시고 나서도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BS를 지닌 인간과 BS의 피를 마신 뱀파이어가 서로-...(중략)-...


뱀파이어중에도 아주 드물게 이 피를 가진 자가 태어난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뱀파이어, 그것도 진혈의 수가 많이 줄어든지라 거의 가능성은 없다.

최근 100년 사이 발견된 BS에 대한 자료는 첨부 3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