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kk)디그레 패러랠
"이게 얼마만에 새 엑소시스트야."
"그러게말일세. 그런데, 바로 전장에 투입되려나."
"에이, 상황이 아무리 안 좋다 해도 그건 무리일걸. 저건 생 초짜라고."
"게다가 어린 여자애네. 자칫하다간 중간에 죽어버릴텐데."
"일단 이노센스가 우리 손 안에 온 것 만으로도..."
"혹시 모르지, 예전에 그 예언대로 배반자가 나올지도..."
"쉿, 쉿-"
양쪽 눈의 색이 다른 검은 머리의 동양 소녀는, 커다란 교단 안이 신기한 듯 이리저리 빠른 걸음으로 돌아다녔다. 모두들 수근대며 그녀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딱히 상관 없는지-혹은 정말 모르는지 커다란 짐도 배정된 방에 풀지 않고 이곳저곳에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며 다니는 것이었다.
엑소시스트 두명이 조사를 나간 동양 도시에서 발견된 이노센스 감응자라고 했다. 한쪽 눈이 먼 소녀는 품에 안고 있었던 낡은 트럼프 카드로부터 이노센스를 발현해, 신의 힘으로서 수많은 AKMA들을 물리쳤다. 가쁜 숨을 내쉬며 하얀 머리로 변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엑소시스트는 흥분하여 즉시 본부에 연락했다. 신의 사도의 출현이었다. 아직도 우리들과 천년백작과의 싸움은 계속되고있었다. 신은 인간을 버리지 않았다.
"와아-"
세계는 발걸음이 닿는대로 뛰어다니다가 숨이 차 어딘가에서 멈추었다. 엄청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기도 하고, 무언가 대단한 일이 일어나는 거 같기도 한 커다란 곳이었다. 그러니까... 싸우는 소리였다. 쉿, 쉿. 뱀이 혓바닥을 낼름거리는 소리 같기도 했다. 위험한건 아니겠지? 난간에 매달려 까마득한 아래를 보자 아무것도 없었다. 응? 아래에 없...
"...일반인?"
허억,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세계는 엉덩방아를 찧었고 순식간에 난간 위에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 일듯한 검은 제복의 소녀가 자신을 내려다보며 발을 딛고 있다는걸 발견했다. 뻗혀있는 연한 갈색 긴머리는 아래서부터 검게 음영이 져 있었고, 등 뒤에는 제복의 흑색보다 더 짙은 날개가 스멀스멀 움직이며-기체와도 같은 희뿌연-손에는 채찍이 쥐어져있었다. 아, 엑소시스트구나. 세계가 신기함에 입을 벌리자 (교단에 와서 본 엑소시스트들은 많지 않았다)상대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자신의 물음에 답이 재깍 돌아오지 않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 듯 했다.
"엑소시스트야?"
"눈, 안좋아?"
"응...하하, 조금..."
"아니. 그 뜻이 아니잖아."
탁탁, 하고 부츠의 굽을 난간 모서리에 내리친 상대는 바티칸 로즈를 만지작거리며 여전히 공중에 반쯤 떠 있었다. 그녀에게 물어보고싶은것도, 감탄도, 물어와진 질문에 대한 답 등 해야할게 너무 많아서 세계는 오히려 입을 열지 못했다. 그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을 뿐.
시선이 마주치고 좀 더 뒤에, 툭 하니 입을 연건 저쪽이었다.
"엑소시스트구나. 새로 온."
어떻게 안걸까. 소문을 들었을 수도 있었고, 혹은 무언가 엑소시스트끼리의 감응이었을지도 모른다. 세계는 그런거 느끼지 못했지만.
"아아...응. 맞아. 넌, 참 예쁘네."
갑자기 뭔 뚱딴지같은 소리를 내뱉었는지 자기자신도 알지 못했지만 상대는 얼굴이 빨개져서 몸을 돌리고 가버렸다. 어, 여기서 뭐해? 여전히 멍하니 서있는 세계를 발견한건 과학부 실장이었다. 에에, 네... 여기, 아까 여기서 날고있던 애 이름이 뭐에요? 엑소시스트라던데요. 세계는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며 검은 눈을 깜빡거렸다. 자신 심장 안의 카드가 (이노센스와 감응하고 나서 그 카드는 제 심장으로 감쪽같이 들어가버렸다) 파르륵, 펼쳐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 그 애? 데 자아. 교단의 공주님이지. 원랜 프랑스 고귀한 가문의 따님이셨지만 말이야. 이노센스 능력은 그림자, 무기를 들고 있지만 장비형은 아니야. 나이는 너와 같았나? 응, 같네. 방도 가까우니 사이좋게 지내봐, 아마 안될테지만."
실장이 왜 그 부분에 대해서 과거형으로 말했는지 세계는 그때는 눈치채지 못했다.